"첫 키스 같은 한 권의 책을 만나게 해주자 - 93"
나에게 첫 키스와 같은 책은 아이작아시모프의 <로봇>이였다. 그 책이 독서의 길로 안내했나? 싶은데, 부정할 수는 없을 듯 싶다. 그 뒤로 과학소설에 푹 빠져 도서관 나들이에 재미붙은 기억이 난다. 아쉽게도 고등학생 때여서 좀더 일찍 만났더라면 지금의 나 보다 더 훌륭한 이가 되어 있지 않았을까 싶다..
누가 그런다, "아우! 우리 아이는 같은 책만 줄곧 읽어서 너무 싫어요." 근데 나는 그게 참 부럽다;; 수민양은 아쉽게도 아직까지 그런 경우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수민양에게 '첫 키스 같은 한 권의 책'이 있었는가?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한 점은 수민양은 독서를 싫어하지 않다는 거다! 수민양은 엄마가 읽어주는 책을 좋아한다. ^^a
수민양은 잠자리에서 하는 책읽기도 좋아한다. 작년에는 <나니아 일대기>를 읽어주었고(엄청 두꺼워.. 다행이도 1부는 읽었다^^;), 최근에는 영어 챕터북을 읽어주고 있다. 51쪽 이하 "잠자리에서 하는 독서의 효과"가 언급되어 있어 반가웠다. 정말 잠자리에서 책을 읽어주어도 좋을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타 교육서에서 언급되기로 잠들기 전에 공부하고 바로 잠에 드는 게 기억력을 높인다고 한다.
- ...(서략)... 달리 말하면, 잠자리에서 하는 독서는 각성된 상태에서 이루어지나, 독서가 끝난 후에는 온전한 휴식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넬의 연구 결과는 잠자리에서 하는 독서가 왜 인기가 있는지를 보여준다. ... - 52.
- 그리니와 헤카티는 눈여겨볼 만한 결과를 보고하였다. 책을 매우 많이 읽는 5학년 학생의 부모들은 책을 읽지 않는 아이의 부모들에 비해 잠자리에서 책을 읽도록 더 많이 허락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책을 많이 읽는 아이들의 부모 중 72.2%가 잠자리에서도 책을 읽도록 허락한 데 반해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의 부모는 단지 44.4%만이 허락하였다. - 73.
한편, 73쪽 "책을 읽게 만드는 환경은 따로 있다"도 관심있게 읽었다. 최근에 집안을 마치 작은 도서관처럼 책장을 꾸몄다. 방과 방사이에 작은 공간이 있는데 그곳을 좀더 포근하고 아늑한 공간으로 만들어서 책장으로 둘러싸인 그곳을 '책을 읽게 만드는 환경'으로 탄생시키는 게 나의 올해 미션 중의 하나다. ^-^
- 책을 읽게 하려면 주변 환경이 중요하다. 모로우는 베개, 편안한 의자, 카펫이 있을 때 유아들이 도서 코너를 더 많이 이용하였고, 도서 코너를 칸막이로 나누어 조용한 분위기를 조성할 때 더 많이 이용한다고 보고하였다. - 73.
- 독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아이들이 책을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하고 책을 읽기에 적합한 아늑하고 편안한 장소가 있어야 한다. - 73~74.
'책을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하고'에 있어서, 감사하게도 이번 이사한 곳은 도서관이 정말 가까운 곳에 있다! 아직까지는 내가 주로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 ㅎㅎㅎ 바람이 솔솔 부는 창가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어 편안했다. ^_^ 아이도 곧 데리고 가야지..
위 두가지를 볼 적에 편안함이 책 읽기에 좋은 장소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를 도서관에 데리고 가지 않았던 이유는 큰 소리로 책을 재밌게 읽어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집 가까이 도서관에 있는 어린이자료실에 들어가보니 다행이도 책을 읽어줄 수 있는 방이 마련되어 있어 마음에 들었다. 언제 이용해보아야지~ 아이들은 커가면서 읽는 책도 중요하겠지만 듣는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 나중에 스스로 많은 책을 읽게 된다. ...(중략)... 소리 내어 책 읽어주기는 리터러시 향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우선 위에서 살펴본 봐와 같이 이야기를 듣고 그에 대해 토의함으로써 읽기를 장려하며, 이것이 곧 리터러시 발달을 촉진하는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야기를 듣는 것은 리터러시 향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연구에 의하면 익숙하지 않은 단어가 포함된 이야기를 들은 후 아이들의 어휘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또한 가정이나 학교에서 규칙적으로 책 읽어주기를 경험한 아이들은 독해력과 어휘력에서 매우 우수한 성적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 88~89.
<The Power of Reading 크라센의 읽기혁명>에서 참 중요한 점을 85쪽에 언급했다, "모국어를 잘하는 사람이 외국어도 잘한다".
- 모국어를 읽고 쓰는 능력이 발달하면 외국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된다. 모국어를 잘 읽는 사람이 되려면 아이들은 모국어로 읽어야만 한다. - 84~85.
<The Power of Reading 크라센의 읽기혁명>은 '읽기'에 관한 상당히 많은 연구 결과들을 집약, 요약해 놓은 듯한 연구용 논문책으로 일반인이 읽기에는 매끄럽지만은 못하다. 그럼에도 끝까지 손을 놓지 못한 것은 기존에 궁금했던 것들, 지금까지 해온 것들 중 잘하고 있는가 의문점이 남던 것들을 상당 부분 해결해 주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 중 "만화책에 관핸 오해와 진실"이 재밌었다.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만화책'이 도움받이가 될 수 있다고 전하고 있다.
- 해이스와 아렌스의 연구는, 만화가 어려운 텍스트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제안한다. ... 기본 단어를 넘어선 어휘가 발달하려면 '읽고 쓰는 능력인 리터러시와 주제를 넘나드는 다방면의 많은 독서'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 만화책이 좀 더 어려운 읽기로 가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가벼운 읽기로 아이들은 읽기를 배우고 읽기에 취미를 가질 수 있다. ... - 121.
- 만화책은 다른 읽기로 이끌어준다. 1~2년이 지난 후 그녀의 첫째 아들은 그토록 열심히 읽던 만화책을 동생에게 줘버렸다. ... 여러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만화책을 재미있게 읽으면서 다른 읽기로 관심을 확장해 나갔다. ..만화책을 읽는다고 다른 종류의 책을 읽지 못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 123.
- 만화책과 영어 공부: 마크 마사반은 남아프리카에서 보낸 젊은 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만화책이 영어 습득과 독서 열정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언급했다. ...(중략)... "만약 읽기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가 있으면 만화책을 권해주어라. 흥미있어 한다면 좀 더 많은 만화책을 제공하라." - 123~126.
<The Power of Reading 크라센의 읽기혁명>은 책읽기가 주가 되고 쓰기를 위한 '직접 지도와 문법 공부, 사전을 이용'하는 것은 부족한 부분을 일부 메우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고등학교 가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고 이러한 '의식적인 언어 학습'은 한계가 분명하기에 조심스럽게 이용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아이디어가 빛나는 글을 쓰기 위해 교정이 너무 지나친 것은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느꼈다.
한편 드는 생각이 영어를 제2외국어로 하는 국가 대부분이 그러하겠지만 유독 한국은 학교에서 책읽기가 전무에 가깝고, 전부 의식적인 언어 학습에만 치중하는 게 안타깝다..
- ...(서략)... 형식이나 정확도에 지나치게 관심을 두면 아이디어가 빛나는 글을 쓰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경험이 있는 작가는 이 점을 알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명확히 정리한 후 마지막에 교정을 한다. ... 책을 많이 읽고 리터러시 클럽의 진정한 멤버라면, 쓰기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습득할 수 있다. 충분한 독서로 문법, 철자법, 문체를 노력하지 않고도 습득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 149.
그래도 그렇지, 정말 책읽기만으로 글을 쓰는 능력을 키울 수 있을까???
- 글쓰는 능력을 개발하는 2가지 결정적인 요소: ... ① 문체는 쓰는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읽기에서 나온다. ② 쓰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고, 글을 쓰면서 우리는 더 명석해진다. - 150.
- 앞에서 살펴본 연구를 통해 책을 읽음으로써 쓰기를 배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읽기를 함으로써 쓰기에 필요한 특정한 언어를 습득한다. 우리는 이미 이 사실에 관해 많은 증거를 보았다. ... - 151.
- 더 많은 쓰기가 반드시 더 좋은 쓰기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 ... 영어를 배우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자율 독서를 보충하는 세 가지 활동의 효과를 비교하였다. 세 가지 활동은 모국어(일본어)로 읽은 내용에 대해 짧은 해설 쓰기, 제2 언어(영어)로 읽은 내용에 대한 해설 쓰기, 제2 언어(영어)로 읽은 내용에 대한 해설 쓰기와 오류 수정이었다. 그는 세 학기가 지난 후 쓰기의 정확성(또는 읽기 성취도)에서 세 그룹 간에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즉, 영어로 쓰기를 한 두 그룹은 쓰기에 주당 2시간을 더 투자했지만 언어 발달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문체가 쓰기가 아닌 읽기에서 나온다는 가설은 언어 습득에 관해 알려진 사실과 일치한다. 즉, 언어 습득은 출력(output)이 아닌 입력(input)으로 부터, 연습이 아닌 이해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 154.
충격적인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어느 독서책에서는 하루에 한 페이지를 쓰는 게 책 집필에 도움이 된다더니, <The Power of Reading 크라센의 읽기혁명>을 읽어보니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다행이도 '글쓰기는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다'하니 들어보자.
- 따라서 당신이 만약 하루에 한 페이지를 쓴다면 당신의 문체나 쓰기 능력은 향상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글쓰기는 다른 장점도 갖고 있다. ..무엇을 읽었는가와 문체 사이의 관계.. 신문기사를 쓰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신문을 읽어야 한다. ..잡지 기사를 쓰는 교육과정을 듣기보다 잡지를 훑어보는 것이 낫다. ...(중략)... 소설을 많이 읽는다고 유능한 수필가가 될 수는 없다. 수필 양식의 문체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수필을 많이 읽어야 한다. 그러나 소설을 읽으면 수필을 쓰는데 분명히 도움이 된다. 즉, 소설을 많이 읽은 사람은 아무것도 읽지 않은 사람보다 수필을 더 멋지게 쓸 수 있다. 그리고 여러 번 강조하고 있듯이 '가벼운 읽기'는 '깊이 있는 읽기'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 - 154~155.
곰곰히 생각해보니 글쓰기만으로 문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 건 사실이다. 두 가지 경험이 있는데, 하나는 대학원 논문을 쓸 때 느꼈다. 내가 쓰고 싶은 문체와 비슷한 논문들을 읽은 게 많은 도움이 되었었다. 그러기에 '입력으로 부터'가 먼저라는 데 동감한다.
다른 하나는 월스트리트인스티튜트에서 쓰기로 교정을 본들 문체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을 뿐더러 영어 습득 향상에 도움이 되었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보다 글을 써야하니 영어로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게 말이든 글이든 표현하기 전 정리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 듯 싶다. 그래서 위 ②번에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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