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만 모르는 것들>
50쪽부터 이어지는 이야기는 53쪽에 이르러, 느끼는 바가 컸다. 아이가 엄마도 아빠도 안 닮은 것 같다며 누굴 닮아 그러는지 모른다는 소리는 아이를 가슴아프게 한다.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무엇을 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때 감정이 어떠했는지가 결국 아이의 잘못된 행동 중 하나를 만들었을지도 모를텐데 말이다.
- ...(서략)... "어? 이건 어제밤에 내가 지영이한테 보낸 톡인데요? 이게 왜요?" "왜요? 왜요? 아까 지영이 엄마한테 전화 왔어. 너 언어교육 좀 잘 시키라고! 이러다가 지영이까지 물들지도 모르겠다고! 넌 왜 이렇게 철이 없고 교양이 없니? 우리 집에 있는 책은 3분의 2가 다 네 책인데, 대체 왜 이렇게 무식하게 구는 거야?" ...(중략)... 엄마 배 속에서 엄마의 모습을 환히 볼 수 있었습니다. 엄마는 ..음악을 들으며, 그림책을 읽거나 가끔 한 손으로 둥근 배를 쓰다듬었습니다.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전화벨이 울리고, 엄마는 통화를 시작했습니다. ...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엄마는 거의 한 시간이 넘도록 통화하면서 차마 말로 다 옮길 수 없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이렇게 나는 엄마 배속에서 지내며 좋은 동화책, 예쁜 그림책, 고상한 고전음악, 얌전한 몸가짐, 유기농 식품 등으로 태교를 받았지만, 엄마가 말을 어떻게 했는지도 훤히 듣게 되었지요! - 51~53.
동화작가다운 면모가 들어나는 부분이다. 내 아이도 종이비행기를 타고 11년 전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면, 나는 부끄럽지 않을 수 있을까?
104쪽~106쪽의 "지금 어디야?"는 미니사춘기에 이른 지금의 7세 수민양을 키우는 나에게도 벌써 그 불안함을 조금은 느끼게 해준다. 아파트 안에 고립된 놀이터에 믿고 보내지만, 5세 때부터 조금씩 혼자 놀려 보내며 독립심과 자립심을 키운터라 아이를 못 믿는 건 아니지만, 30분에서 1시간을 지나 이제는 4시간을 어디서 신나게 보내는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들어오는 아이를 보며 어쩔 수 없이 "지금 어디야?"가 마음 속에서 방망이질 하는 건 남과 다르지 않다.
- "지금 어디야?"라는 물음은 개개인의 관계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현대사회의 집단적인 불안 현상을 드러내는 질문이기도 하지요. 불안한 사회 속에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염려와 걱정을 품은 채 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어디냐는 질문은 간섭과 참견, 집착과 의심만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 그런데 참 아이러니한 일이 있습니다. 천지창조의 현장이라는 에덴동산, 인간 최초의 낙원인 그곳에서 조물주가 인간에게 한 최초의 질문은 무엇이었을까요? ... 답은 간단합니다.
"Where are you(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조물주가 인간에게 한 최초의 질문입니다. 그런데 과학 문명이 가속도를 더해 발전하고 있다는 21세기에, 인간이 인간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어디야?"
"지금 어디야?"
... 현대인들도 어쩜 이리 똑같은지요. '있어야 할 곳'에 있지 못할 때는 곧바로 대답하지 못합니다. ... 제자리에 있다는 것, 세상에 이렇게 단순한 공식도 없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만큼 흔들리기 쉬운 공식이지요. ..구두를 신발장에 올려 놓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늘 제자리에 있어 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엄마는 묻습니다.
"지금 어디야?"
- 104~106.
라디오를 듣고 있는 듯 싶다.. 왠지 '지금 어디야?'라는 잔잔한 노래가 흘러 나와야 할 듯한 글솜씨~ ^^b (진짜 그런 노래가 있는건 아니겠지..??)
179쪽, 엄마는 입 하나에 귀 열 개와 손 열 개 정도의 여신 같은 여신 아닌 괴물 혹은 마법사가 된다는 글에 왜 그리도 공감이 되는지..
한편, 저자는 사춘기 아이로부터 '상처받은 엄마들의 아픔'을 위로해준다. "됐어, 됐거든, 됐고, 됐다니까, 됐다고 하잖아!"라고 말하면 그 누가 '이 엄마를, 이 아내를, 이 며느리를' "괜찮아"로 포근하게 위로하며 안아 줄까?
- 그녀는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그 시간 속에서 엄마는 밥 먹는 입 하나랑, 자식 숨소리까지 다 들을 수 있도록 귀 열 개 정도랑, 자식이 말하는 건 지체 없이 실행할 수 있도록 손 열 개 정도는 있어야 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마음 같은 건 아예 베란다 구석에 숨겨 둬야죠. 한마디로 여신이든 마법사든 괴물이든 뭔가가 되어야 한다는 거지요. 하지만 여신은 절대 될 수 없어요. 여신의 자태로 자식을 대할 여유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괴물도 마법사도 어쩔 수 없어요. 애가 하는 말에 상처 입는 건요!" 뭐라 표현할 수 없습니다. 상처받은 엄마들의 아픔을……. - 179
- ... 이 시간을 아이와 치른 과거의 전쟁으로 기억하는 건 좋지만, 아무런 훈장이나 포상은커녕 환영식도 없이 귀향하라고요? - 180.
- "엄마 말은 무조건 간섭이고 잔소리야. 무식하고 후지고 유행도 지났어. 꼰대 같고 감각도 떨어져서 촌스럽고 세련되지 못해! 어떤 때는 듣는 내가 창피하다니까?" 그래서 아이들은 엄마의 말에 주문에 걸리기라도 한 것처럼 같은 말만 반복합니다. "됐어." "됐거든?" "됐고." "됐다니까!" "됐다고 하잖아!" 이렇게 엄마의 마음을 번번이 무너뜨립니다. ...(중략)... 엄마의 마음은 누가 받아 주나요? 만약 엄마가 "나도 이제부터 싫은 건 싫다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마음에 안 들면 안 든다고 말하면서 살래! 나도 사람이야!"라고 선언하면서, "됐어, 됐거든, 됐고, 됐다니까, 됐다고 하잖아!"라며 가족에게 말하고 산다면…….
이 엄마를,
이 아내를,
이 며느리를,
그 누가 "당신은 그래도 괜찮아. 당신이니까!"하며 안아 줄까요……. 쉼표가 아무리 길어도 엄마의 마음은 쉬지 못하고 혼잣말을 합니다.
"누가 내 마음 좀 안아 줘!"
하지만 또 마음 한 켠에서는 이렇게 외치고 있습니다. "아이만 잘 되면 모든 게 보상받는 거니까……." 이것이 엄마 마음인가 봅니다. - 181~182.
'분홍빛을 띤 귀엽고 사랑스러운' 수민양의 혀도 사춘기가 들면 '뱀처럼 숨 막히게 칭칭 조이고, 채찍처럼 사정없이 내리칠'까? 지금이라도 '자존심에 자존감까지 훼손'되지 않도록 내 마음에 약을 많이 발라 둬야지! '딱지가 생기도록 놓아두면 저절로' '엄마 마음의 상처'가 낫으려나 내버려두는 짓은 하지 말아야지.. 강철 마음을 키워야겠어~
그리고 사춘기에 이르기 전에 아이에게, 남편에게 '훈장'과 '포상'과 '환영식'을 받겠노라! ^^ 그리고 나의 옛 일로 멋지게 '귀향'할꼬얌..
그러려면 254쪽처럼 나라도 '이 녹록치 않은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는 행복한 나무가 되어야'할 것이다.
- 그렇다면 엄마부터 이 녹록지 않은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는 행복한 나무가 되어야 합니다. 아직 어린 자녀들은 그 나무에 가지처럼 붙어서 엄마의 행복을 나누어 먹으며 자라니까요. 엄마는 자신의 뿌리를 통해 아이에게 금가루 물, 은가루 물이 아닌 진짜 생의 물을 먹여야 합니다. '감사'와 '쉽게 절망하지 않기'는 행복의 근원이 되는 물입니다. 자녀에게 이런 물을 주려면 엄마가 먼저 감사하고, 쉬이 포기하거나 주저앉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앞서 말한 대로 전쟁터 같은 일상 속에서 오늘도 맨손과 맨발로 투쟁하는 엄마들에게 전합니다.
엄마! 엄마부터 행복 나무가 되어야 합니다.
그 나무에 우리 아이들이라는 가지가 딱 달라붙어서 독립하는 그 순간까지 자라니까요. 아이가 마침내 한 그루의 행복 나무가 될 때까지의 모든 양분은, 온전히 엄마를 통해 흡수하니까요.
엄마, 지치지 마세요.
엄마가 지치는 순간, 아이의 우주는 흔들리고 움찔하니까요! - 254~255.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걸 믿어보련다~
마지막으로 감명받은 귀절은 아래와 같다. 동감하며 아이도 곧 그리 깨달을 수 있으면 좋겠다..
169쪽에는 '운명'이란 영단어를 들어, 어쩔 수 없는 죽음과 같은 fate가 아니라 어떤 목적과 용도가 예정되어 있을 것만 같은 destiny, 그 운명같은 자신만의 길을 아이가 스스로 찾는데 도움을 줄 만남으로 '책'을 추천한 점은 진부하지 않아서 좋았다.
무작정 책이 좋아요가 아니라, '세상과 사람을 해석하는 능력을 무한정으로 제공해 주는 지혜의 친구'라니! '운명을 바꾸어 주는 등불이 되는 친구'라니! 그대야 말로 진정 영화 속 대사 같도다~
- ...(서략)... 그렇다면 이제 막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아이의 손을 잡고 그 길의 입구까지는 갈 수 있겠지요. 이를 위해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올바른 만남을 주선하는 일입니다. 여러 만남 중 최선은 책과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오늘 당장 아이에게 친구를 소개해 주세요. 책 친구를 사귀기 싫어해도 엄마가 인내심을 잃지 않고 한 권, 한 권 사귀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보아야 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고, 어느 경우에도 절대 등 돌리지 않는 친구.
세상과 사람을 해석하는 능력을 무한정으로 제공해 주는 지혜의 친구.
마침내 운명을 바꾸어 주는 등불이 되는 친구.
이 정도는 되어야 친구라 할 수 있고, 이 정도 친구가 내 아이에게 있어야 어느 영화 속 마지막 대사처럼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 - 169~170.
"엄마 고마워요"라는 말은 차마 내 안의 어린 소녀가 못 드리게 했지만 내 안의 어른 숙녀는 "엄마 수고했어요"를 해드렸다. 별반 해주신 것 없지만 뜻하지 않게 드는 걱정으로 불안해 하시는 친정엄마에게 "엄마 수고했어요"하며 꼭 안아드리며 마음의 졸업장을 작년말이가, 올초인가 드렸었다.
언젠가 수민양도 나에게 자신의 자식을 어느 정도 키운 후 나를 꼭 안아주며 "엄마 수고했어요"하겠지, 나는 욕심을 내어 "엄마 고마워요"도 듣고 싶다..
은곡유치원 책사랑방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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