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세, 아들 성장보고서>
남자아이 성장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관찰한 책을 읽게 되어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되었다.
부모교육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데, 나는 남자아이를 키워보지는 못했지만 본책을 통해서 간접적이나마 남자아이를 둔 부모의 걱정을 이해할 수 있었고 가슴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들에게 답변을 해줄 수 있다는 게 가장 뿌듯하다.
저자가 여자다. 여자가 남자아이 성장관찰기를 쓰기로 결심한 것은 다름 아닌 저자에게 아들이 있고, 그에게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이를 두고 주변의 평가가 남다를 때 부모는 걱정하기 마련이다.
남자아이들이 겪는 경험과 문제들을 이해하기 위해 본책이 기획되었다. 4~6세 남자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기 위해 유치원 안에 직접 들어가 2년 가까이 함께 지낸 기록을 정리해 쓴 책이다.
<4~6세, 아들 성장보고서>를 통해 새삼 깨닫게 된 사실은 남자아이들 간에는 '서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남자아이들 사이에서는 누군가 꼭 서열을 만들게 마련이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옳다 그르다라는 개인적인 의견은 책에 담겨 있지 않았다.
사실 본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의견을 최대한 배제하고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24쪽에 따르면 저자가 관찰한 유아원의 남자아이들 사이에 서열은 '마이크'가 맨 위, 그다음 '민형', 2순위로는 제이크와 롭, 3순위는 댄과 토니다.
'제이크'가 남 같지 않다. 왠지 모르게 수민양과 비슷하다. 그래서 더 관심이 많이 가고 걱정도 된다.
호기심이 많고, 엉뚱(180쪽)하지만 배려심이 많은 '제이크'는 사랑스런 아이(194쪽, 67쪽)다.
'제이크'는 서열 1순위 '마이크'로부터 주눅이 들어 있다. 마이크가 제이크에게 왜 "바보"라고 말했을까? 그리고 이내 제이크는 마이크의 이런 말 때문에 스스로를 '바보'라고 인정하기에 이른다(74쪽).
자신을 주눅들게 만드는 마이크를 친한 친구라고 생각(83쪽)하는 제이크.. 차라리 다른 이와 놀면 좋으련만...
저자는 왜 마이크가 제이크에게 "바보"라고 말하는지에 대해서 그 이유를 깊게 생각하여 글을 쓰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러 정황을 살펴볼 적에 그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의 첫번째는 바로 '토니'를 가까이 두기 때문이다.
토니는 서열에서 제일 꼴치에 해당한다. 왜냐하면 토니는 거의 마마보이(108쪽)이기 때문이다. 엄마에게 모든지 의지하려고만 하는 울보다.
제이크가 토니에게 잘 대해 준 이후로 토니는 제이크만 따른다. 토니랑 놀아주는 유일한 친구가 바로 제이크(114쪽)였던 거다..
토니는 엄마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109~110쪽). 엄마가 같은 유치원 내에 있기도 하거니와 엄마가 선생님이란 이유로 다른 선생님들도 왠만하면 토니 편에 서서 토니에게 유리하게 문제를 대신 해결해준다(123쪽). 토니는 점점 응석받이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남자다움을 강조하는 '마이크' 입장에서 '토니'란 아이가 불만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남자다움을 지키기 위해 '뽀뽀'도 거부하는 아이들에게 아직까지도 서슴치 않게 '뽀뽀'를 해주고(101쪽) 엄마의 사랑을 공개적으로 받고자 애걸하는 '토니'의 행동은 '마이크'에게 좋게 보일 리가 없다.
한편 '마이크'도 '토니'처럼 부모가 이혼했다(42쪽, 109쪽). 그럼에도 둘은 참 다르다. 이를 '마이크'도 느꼈을 거다. '마이크'에게 '토니'는 나약하고 만족을 모르는 아이로 느꼈졌을 지도 모른다.
그런 '토니'의 유일한 친구가 바로 '제이크'다. 게다가 '제이크'는 다정다감하다. 왠지 동전 앞뒷면 같은 느낌일 듯도 싶다, 부드러운 듯 다른, 종이 한 장 차이..
두번째 이유는 '제이크'는 '롭'에게 늘 이러쿵 저러쿵 지적을 받는다는 점이다. '마이크'가 주도하는 모임에 불만인 '롭'은 독립적으로 행동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규칙을 강요하는 것(171쪽)이다. 특히 '제이크'에게 규칙을 강요한다.. 정답이나 설명을 중시하는 태도는 '롭'에게 '마이크'를 대신하는 또 다른 권위를 안겨준다.
- 사실 롭 역시 처음에는 악당 클럽에 참여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점점 .. 답답하고 불리하다고 느끼는 듯했다. 자신의 생각과 상관없이 남자아이는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고 정해 놓은 규칙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결국 유아원 과정이 끝날 무렵이 되자 롭은 무리에서 벗어나 독립과 자율 그리고 자신감이라는 자기만의 남성성의 기준을 찾아 나섰다.
롭의 사례는 남자아이들이 성장 과정에서 자신의 역량을 결정할 때 어떠한 일들이 벌어지는지 알려 준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혹은 되고 싶은 모습) 해야만 하는 것(혹은 되어야 하는 모습) 사이에서 아이는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그 결정은 아이의 성장 방향으로 이어진다. ...(중략)... 그리하여 어떻게 하면 지금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알아내고자 애를 썼다. 그 결과 롭은 이를 모두 양립시키는 일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조금씩 배우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 172~173.
'롭'이 말하면 '제이크'는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66쪽)도 사실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규칙에 예민해진 '롭'이 '제이크'에게 강요해 왔기 때문.
이에 대해 저자는 제이크가 "자신의 감정과 의견에 솔직하게 표현"했다며 다른 식으로 글을 쓰기는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런 관계가 숨어 있었다.
'제이크'에게 서열 맨 아래인 '토니'가 가장 친한 친구라면서 달라붙지, '롭'은 규칙을 '제이크'에게 강요하지, 게다가 앞서 말했듯이 '제이크'는 호기심이 많아 다소 엉뚱하게 보일 때가 있다.
이 삼박자가 어우려져서 '마이크'의 눈에는 '제이크'가 "바보"로 보였을 수도 있을 듯 싶다.
- 제이크: (장난치듯이) 빵!
마이크: (맞서 쏘지 않고 단호한 목소리로) 쓰러져!
제이크: (다시 총을 쏘며) 빵!
마이크: (단호한 목소리로) 쓰러지라니까. 내가 "쓰러져!"라고 말하면 넌 이렇게...! (마이크는 총에 맞고 쓰러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제이크: (열을 내며) 그렇지만 너는 ...
마이트: (제이크의 말을 가로막으며, 냉정한 목소리로) 아니, 내가 "쓰러져!"라고 말하면 넌 그냥 쓰러져 죽는 거야. - 72.
- 둘, 셋, 여섯, 여덟, 누가 이겼지? 바로 마이크야! 둘, 넷, 여섯, 여덟, 누가 졌지? 그건 바로 제이크야! - 73.
- ... 마이크가 제이크에게 "너는 바보야."라고 말하니 제이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나도 내가 바보인거 알아."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 74.
- 나: (제이크에게) 내가 지난번에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지 아니? 네가 스스로를 바보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어. 왜 그런 말을 한 건지 말해 줄 수 있니?
제이크: (솔직하게) 그거야 내가 그렇게 생각했으니까요.
나: 너는 네가 바보라고 생각하니?
제이크: (솔직하게) 네, 그렇게 생각해요.
나: 왜 그렇게 생각하지?
제이크: (솔직하게)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그렇게 생각했어요.
나: (염려스러운 표정으로) 나는 네가 아주 똑똑하다고 생각하는데?
롭: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 아니에요. 이건 그냥 제이크가 장난치는 거예요.
나: (제이크에게) 아, 이건 그냥 장난이니?
롭: 마이크하고 제이크가요.
제이크: (장난치듯이) 둘, 넷, 여섯, 여덟, 누가 졌지? 그건 제이크야!
나: 왜지?
제이크: 그야, 졌다는 뜻 모르세요?
나: 음, 그건 뒤로 물러난다는 뜻인가?
제이크: 네.
나: 왜 제이크가 졌다고 말하지? 제이크는 아주 훌륭한 아이인데.
제이크: (솔직하게) 아니에요. - 74~75.
- ... 그런데 갑자기 마이크가 제이크의 그림책을 움켜쥐며 빼앗으려 했다. 제이크가 "야!" 하고 소리치자 마이크가 "민형이에게 뭘 좀 보여 주려고." 하며 이유를 서둘러 설명했다. 그럼에도 제이크가 책을 손에 쥐고 놓아주지 않자 마이크는 ..아까 한 말을 더 큰 소리로 되풀이했다. 나쁜 의도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마이크의 행동은 분명 옳지 않았다. 다른 친구였다면 자신의 생각을 강력히 피력했을 제이크였지만 마이크에게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그리고 자신이 잘못했다는 듯 마이크의 기분을 달래 주기 위해 다정하게 말을 걸었다. ...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마이크의 이런 태도에도 불구하고 제이크는 계속 대화를 이어 나가려고 했다. - 81.
- ... 제이크에게 있어 마이크의 분노는 예측 불가능한 것이었고 마이크가 왜 그렇게 자신에게 공격적인지도 불분명했다. 그저 마이크와의 관계에 있어 막다른 골목에 몰린 셈이었다. 그리하여 지금 상황을 바꾸려고 하기보다 순응하는 쪽을 선택한 듯했다. - 83.
저자는 보면서도 모른 척을 한 것인가? 책을 읽으면서도 왜 제이크가 마이크에게 당하게 되는지 분위기 상 뻔히 보이는데 말이다. 제이크에게 그 상황을 알려주면서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알려주었더라면 참 좋을텐데... 물론 본책 후반부(214쪽)에 아이 행동에 개입해 바꿔 줄 필요는 없다고 밝히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하여튼 안타깝다.
또한 겸손한 건지,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제이크'의 생각이 정말 궁금하다.. 걱정도 된다. 그저 남일 같지가 않다..
- 유아기는 청소년기와 마찬가지로 남자아이의 심리적 발달에 매우 중요한 시기다. 자신의 사회적 위치가 전환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아들이 낯선 외부 세계와 자신의 내부 세계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발달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줘야 한다. - 73.
- 아들이 자신의 감정을 모두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는다면, 분노와 수치심이라는 두 가지 감정만 지닌 어른으로 자랄지도 모른다. 이는 아들의 인간관계를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 67.
'마이크'는 '강한 남성성'의 상징과도 같다. 하지만 '마이크'가 그렇게 강해진 데는 나름의 두 가지 이유가 있어 보인다.
사실 '마이크'는 두렵기 때문에 강한 척을 하는 셈이다.
다른 유아원에서 서열이 낮아 불행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197쪽). 그리고 '마이크'는 "지금 당장 내 방에서 나가!"라고 화를 내는 누나가 있다(193쪽). 안 좋았던 옛 경험과 불리한 가정 내 환경이 '마이크'로 하여금 이중적인 모습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런 '마이크'의 마음을 부모가 제대로 어루어 만져주지 못하는 점도 있다..
- ... 그렇지만 마이크가 하는 말은 두 번 세 번 생각해 봐야 해요. 뭐라는 건지 곱씹어 봐야만 하지요. 예를 들면 마이크는 화가 나면 이야기를 제대로 안 해요. ... 말썽을 피워 저를 성가시게 해요. 갑자기 투명스러운 목소리로 .. 소리치죠. ... 심술궂은 태도로 .. 떼를 써요. 저는 쟤가 왜 이럴까 생각하다가 '아!'하고 그때서야 비로소 아까 있었던 일이 떠올라요. 그래서 부드럽게 .. 물으면 마이크는 .. 인정하지요. 저는 그제야 마이크의 행동을 이해하게 되는 거예요. 그렇지만 이미 저는 실랑이를 하느라 지쳐 있고 ... - 193.
'마이크'를 보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게 무턱대고 나쁜 행동을 먼저 저지르는 남자아이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남자아이들은 왜 그렇게 행동했던지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이처럼 '서열'을 만들고, '남성성'을 강조하는 모습으로 자신의 본 모습을 감추는 남자아이들의 행동은 유아기 때부터 시작된다.
- 유아원 생활을 시작하며 아이들은 태어나 처음으로 사회적 기대와 압박과 마주하게 된다. 그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아이들은 자신이 갖고 있던 본래의 능력을 감추게 되고 점차 고유의 품성이 드러나지 않게 된다. .. '위기의 남자아이들(야무진 여자아이에 비해 산만하며 뒤처지는 남자아이를 칭하는 표현)' .. 이런 위기는 특히 유아기에서 초등학생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발견되며, 행동이나 학습 분야에서 가장 크게 문제가 부각된다. - 208~209.
그 '기대'가 무엇일까? 바로 여자아이가 아닌 '남자아이'라는 유대감을 형성하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면 그렇게 '총'을 좋아한다.
하지만 '총' 자체를 좋아한다기 보다는 그저 '총'이 여자아이들이 가지고 놀지 않는 유일한 장난감이기 때문일 뿐이라는 걸 알게 해준다.
- 이와 같이 총에 대한 관심은 남자아이들끼리 서로 유대감을 쌓는 수단인 동시에 자신이 남자아이임을 규정하는 방법이다. 남자아이들에게 총이란 여자아이들은 싫어하는 '남자아이만의 장난감'인 것이다.
물론 굳이 총이 아니라, 다른 활동을 통해서도 서로 관계를 맺고 하나가 될 수 있다. ... 그렇지만 총싸움 놀이와 비교했을 때 이러한 놀이는 남자아이들끼리의 집단적 정체성과 동지 의식을 심어 주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이러한 활동들은 남자아이들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놀이 ... 물론 총에 대한 관심이 영원히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남자아이들을 강력하게 모아 주는 새로운 놀이들이 계속해서 생겨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 총을 던져 버리고 .. 놀이에 몰두했다. 그리고 유아원 시절을 보내는 동안 남자아이들의 관심은 또다시 바뀌어, 축구와 농구 같은 운동 경기에도 열광했다. - 95.
하지만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와 전혀 놀지 않는 건 아니였다.
남자아이들의 남성성을 해치지 않는 한에서 '마이크'는 여자아이들과 놀기도 했다. 아기를 돌보는 게 아니라 아기를 잡아오는 걸로.. -_-;;
- 어울리는 방식이 '남성적'이냐 '여성적'이냐를 통해 서로 동등해지거나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여자아이들이 마이크의 놀이 방식을 따름으로써 마이크는 다른 남자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처럼 여자아이들과 즐겁게 어울릴 수 있었다. - 148.
그러게 최근들어 노는 모습이 꽤나 과격해진 수민양... 알고보면 이러면서 노는 건 아닐런지... -_-;
이 부분에 대해 책 후반부에 언급(210쪽)한 것처럼 긍정적으로 본다면, 여자는 '여성성'과 '남성성'을 고루 갖출 수 있는 존재로 '발전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왜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반대로 부정적인 느낌이 들까... 마치, 나쁜 남자들 주위에 서성이는 어리석은 여자들이 보인다. 걱정스럽다..
다만, 주의할 점으로 '억지로 하지는 말자'는 점이 강조되었다.
- 그러나 남성성을 상징하는 모든 기준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자신감이나 독립심과 같은 기준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모든 사회적 기준이 남자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억지로 따르게 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 211~212.
오타가 있다!
159쪽 위에서 다섯번째 줄, "선생님은 꼭 그렇지만은 아니며, 마이크와 롭을 향해 너희들 역시 매"에서 '아니며'를 '않으며'로 수정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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