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거인>
'어린이 책을 고르는 어른들을 위하여'라는 소제목이 붙은 앞표지에 수묵화가 그려져 있다. 무슨 그림일까?
손을 양 옆으로 높이 쳐 들고 뻗은 자세와 작게 뜬 눈이 슬픔을 보여주는 듯 하다. 슬픈 거인 같다.
책 내용은 무겁다. 읽는 내내 무거운 마음이다. 가볍게 읽을 책은 아니다. 어린이 책으로 무엇이 좋을까,하며 발랄하게 쓴 책이 아니다.
어린이문학에서 페미니즘을 강조한 점이 여자 어린이를 키우고 있는, 그리고 한 때 한 여자 어린이였던 나에게는 신선하고 반가웠지만, 책 내내 강한 호소력에 혹시 지친다면 맨 마지막 4장과 5장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듯 싶다.
4장은 <아기 돼지 삼형제>를, 5장은 <피노키오>를 두고 어린이 세계명작과 원본 및 완역본을 비교해놓았는데, 어린이 세계명작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이야기들에 흥미로웠다.
- ... 단 한 권에 그칠지라도 아이들은 제대로 만들어진 책을 읽을 권리가 있다. ... 한 권의 책을 제대로 읽은 아이의 내면에는 읽고, 느끼고 ,생각하는 힘의 씨앗이 싹틀 것이다. 어떤 아이도 빨리빨리 많이 읽을 수 있는 지나치게 친절한 책을 원하지 않는다. ... - 209~210.
최근 그림책 그림 읽기에 주목을 하다보니, 62, 63쪽에 언급한 일러스트레이션에 대한 저자의 의견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림책 읽기도 무척 중요하지만 언젠가는 그림이 없고, 두껍고 작고 누런 책들도 아이가 즐겨 읽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
- 어린이 책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은 당연히 중요하다. ... 그러나 또한 작품의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는 것도 일러스트레이션이다. ... 잘 그려진 일러스트레이션은 텍스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지만 그렇지 못한 일러스트레이션은 독자가 저마다 가슴 속에 그려 나가는 이미지를 방해한다. ... 얇고 크고 아름다운 책들이 어린이 책 독자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 역기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후략)... - 62~63.
2장 '어린이문학 속 페미니즘'에 언급된 동화 속 고정된 성역할에 같이 분개하며, 색종이에 남자 색, 여자 색을 따지는 아이들에 안타까웠다.
- ... 어째서 남자 색 여자 색이냐는 나의 반문에 아이는 대답을 못 하면서도 무조건 여자 색을 사야 한다고 우기는 것이었다. 짐짓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갸우뚱하면서 나는 "이상하지........ 색깔에 고추가 달렸나?"하며 혼잣말을 하는 시늉을 하였더니 그제서야 아이는 드디어 깔깔 웃어 버리고 만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다음 날 놀러온 제 친구와 크레파스의 색깔로 옥신각신하다가, 또렷한 목소리로 "아냐, 색깔에는 남자 여자가 없어! 우리 엄마가 그랬다."하며 확신에 차서 반격을 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는 일이었다. - 76.
<비키 보의 남자아이 그림책> <비키 보의 여자아이 그림책>이 있다. 컬러링북에서 조차 남자 어린이용과 여자 어린이용이 따로 있다는 게 억울(?)해서 로봇을 좋아하는 수민양을 위해 당당하게 <비키 보의 남자아이 그림책>을 서평받았더랬다! ㅋㅋ 블로그 내 [冊미술활동 책거리冊]게시판 속 어딘가에 있을꺼다~ 신나게 컬러링북에 있는 로봇을 꾸몄었다.
아이가 어릴 때 세계명작동화를 읽어주는 게 꺼림칙했다. 특히 공주 시리즈들을 읽어줄 때면 텍스트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허황된 공상의 나래를 펼치지 않기를 원했다. 여자아이에게 커서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는 결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세상에 동화와 같은 그런 반전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동화 속 공주 보다는 보다 더 적극적이고 남성에게 덜 기대는 걸크러쉬가 되기를 바란다.
- ... 텍스트 속으로 빠져들기만 하는 책벌레, 책의 노예로 키울 것이 아니라, 빠져들어 간 텍스트에서 스스로 빠져나올 줄도 알고, 자기 생각과 책의 내용을 견줄 줄도 아는 책의 주인으로 키워야 한다. ... 여자 어린이라면 누구나 읽어보는 그리고 더러는 푹 빠져 버리는 <신데렐라>나 <백설 공주>이야기. 2백 년도 더 묵은 이 이야기들은 아직도 변함없이 우리 어린이들을 꿈에 젖게 만든다. ... 스스로 커져 가는 경험을 하게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신데렐라> <백설공주>류의 동화는 신데렐라 콤플렉스, 공주 콤플렉스 등의 신조어를 만들어 낼 만큼 여성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 억압을 인내하는 것을 미덕으로 그림으로써 수동적인 인간상을 아름다운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반시대적인 발상이다. ...(후략)... - 80~81.
오타가 있다!
87쪽 밑에서 다섯번째 줄, "요술반지라는 난관을 극복하는 데에 쓰게 만들지 않고..."에서 '요술반지라는'을 '요술반지를'로 수정해주세요.
본 포스팅은 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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