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불멸주의자>
정말 십여년 전 이야기지만, 친구들이 결혼하면서 종교 싸움 아닌 싸움을 했다는 후일담은 부럽(?)기만 하다. 그녀들은 적어도 자신의 가치와 신념인 그녀의 '문화'를 지켰고, 그래서 '죽음'을 덜 느꼈을 것이며 '불안'과 '방어심리'가 낮았을 것이고 또한 '자존감'에 상처도 덜 받았을 거다.
왜 아내들은 시댁을 미워하는가? 왜 시댁 행사가 불만일까? 왜 남편을 떠나고 싶을까?
시댁의 제사, 명절, 행사만 들어도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그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다. 시댁, 남편으로 결혼 생활이 '죽음' 상태였다.
'죽음'에 대해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한 책도 없을 듯..
<슬픈 불멸주의자>를 읽은 후, 느낀 바는 '문화'와 '죽음'과 '자존감'은 상관관계를 이룬다는 점이다.
가치, 신념인 '문화'는 '죽음'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자신의 '문화'가 짓밟히거나 상실되면 무의식적으로 '죽음'을 느끼는 강도가 세진다.
'문화'에 공헌, 기여, 참여하면서 '자존감'이 상승된다. '자존감'이 높으면 '죽음'을 덜 생각한다. 하지만 그 반대로 자신이 지금껏 중시했던 '문화'를 (다른 문화에 의해) 참여할 수 없게 되면, '자존감'이 하락되고 방어심리가 강해진다, 즉 거부감이 커진다.
끼리 끼리 지내는 것이 좋다는 옛말은 빈말이 아니였던 거다!
상황은 깨달았고... 그래서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 행동해야할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 '자존감'을 높일 것을 찾자!!! '죽음'을 덜 느끼고 방어심리가 줄어들고 거부감이 낮아질 수 있을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
- ..죽음을 떠올리는 행위는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따르지 않는 사람에게 부정적인 반응을 일으키지만, 반대로 이러한 가치를 옹호하는 사람에게는 긍정적인 반응을 일으킨다. - 31.
- ... 꼭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자존감이다. 자신이 가치 있다고 느끼는 이 감정을 갖고 있다면 죽음의 공포에도 대처할 수 있다. - 44.
- 의미가 스며든 세계에서 우리는 ..훨씬 더 중요한 존재이다. ... 인간은 자기 자신이 이 세계에 가치 있는 공헌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야만 안심한다. - 67.
인간은 언제부터 '죽음'을 걱정할까?
- 다른 한 연구에서는 8~12세의 어린 아이들을 면담하면서 무엇이 두렵고 걱정이 되는지 물었다. ...(중략)...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나이보다 훨씬 더 어릴 때부터 죽음을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51.
-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7세 아동은 아직 심리적 평정을 문화에서 찾지 않았다. ... 그러나 11세 아동의 경우는 달랐다. 죽음에 관한 질문을 받은 11세 아동들은 (자기와 같은 이스라엘 어린이와는 친구가 되고 싶어 했지만 러시아 이민자 어린이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하지는 않았다. 다시 말해, 11세 아동들은) 자신의 죽음을 상기시키는 자극에 성인과 같은 방식으로 반응했다. 죽음은 피할 수 없으며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했던 11세 아동들은 자기가 속한 문화가 규정한 대로 행동했다. - 56~57.
인간은 이처럼 어릴 때부터 이미 '문화'와 '죽음' 간의 관계를 맺고 있다. 다시말해 익숙한 것이 죽음의 공포를 가라앉히게 해준다.
- 문화적 상질물이 죽음의 공포를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된다... - 61.
- 문화적 사물 체계는 죽음의 공포를 누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지켜온 신념이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 61.
'문화'와 '죽음' 사이에는 '자존감'도 깊은 관계가 있다.
- 자존감이란 스스로에게 만족하고 본인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믿는 감정이다. ... 자존감은 당신이 속한 문화의 사물 체계가 규정하는 역할과 가치를 반영한 모습을 띠기 마련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옳은' 행동, 가치 있는 사회적 역할, 자기 소임을 다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는 당신이 지닌 세계관에 달려 있다. 따라서 자존감이란 자신이 의미 있는 세계에 기여하고 있는 가치 있는 참여자라는 느낌을 말한다. '나는 소중하다'는 이러한 느낌은 우리가 갖고 있는 가장 극심한 공포를 다스린다. ...(중략)...
결국 자존감을 높여주는 행동과 성취는 문화적 세계관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범위 안에서 결정된다. 우리가 무엇이 '옳고' '적절'한지 명확히 알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그러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 70~71.
- 자존감이 떨어지면 죽음과 관련된 생각이 더 쉽게 떠오른다.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진화론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와 대면했을 때 자신을 떠받치던 종교적 자존감이 흔들리면서 죽음 관련 단어를 더 많이 생성해냈다. ... 따라서 누군가의 자존감을 위협하는 행위는 그 사람이 죽음 관련 단어를 떠올리도록 부추기는 것과 같다. - 78~79.
이는 반대로 보면, '자존감'이 높다면 '죽음'을 생각할 일이 적어진다는 거다.
- 자존감은 뿌리 깊은 육체적 및 실존적 공포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한다.. - 79.
- 심리적 수준뿐만 아니라 생리적 수준에서도 자존감이 공포를 완화하는 강력한 백신 역할을 한다.. - 101.
- 심리적 안정은 자신이 이 세상에서 쓸모 있는 존재라는 자각을 얼마나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 102.
그러면, 이런 '자존감'을 얻기 위한 필사적인 분투, 무엇이 있을까?
- 우선, 개인이 다양한 자기 개념을 갖도록 장려할 수 있다. 우리 각자는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다. ... 다양한 정체성은 다양한 사회적 역할과 부합하며, 각각의 정체성에는 나름의 고유 기준이 존재한다. - 101.
한편, 한국인들은 왜 제사를 지낼까? 왜 그렇게 초자연적 세계를 받들어 모시는 걸 중시하게 되었을까? <슬픈 불멸주의자>에서는 그 또한 '죽음'을 떨쳐내는 방법으로 보고 있다.
- 우리 조상들은 적응성, 독창성, 상상력을 발휘해서 죽음을 피할 수 있고 번복할 수 있는 초자연적 세계를 만드는 것으로 대처했다. 가장 흥미진진한 초자연적 이야기를 만들어낸 집단이 죽음의 공포에 가장 잘 대처해나갔다. - 113.
- 사람은 죽음의 공포 때문에 종교 및 세속적 권위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스스로의 경험과 비판적인 판단에 의지하는 대신 미신적이고 비이성적인 믿음에 집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 331.
- 똑같은 믿음을 수백만 명이 공유하면 이는 난공불락의 진실이 된다. - 211.
하지만 그게 너무 지나치기 때문에 갈등을 일으키고 행복을 침해한다.
- 그러나 실존적 공포에 대처하기 위해 고안한 초자연적인 문화적 사물 체계 역시 결국 죽음의 불가피성을 숨기기 위해 현실을 방어적으로 왜곡하고 애매하게 만든다. ..이 '필연적 거짓말'은 대인관계에서 갈등을 일으키고 우리의 육체적, 심리적 행복을 침해한다. - 196~197.
- 어떤 한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자신의 의지를 강요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적대감을 표출함으로써 심리적 안정감을 강화한다면 이는 종종 그 '다른 사람들'의 반발을 사며, 결국 악감정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뿐이다. - 208.
- 짓밟히고 전통적인 신념을 포기하고 생경한 삶의 방식을 취하도록 강요받는다면 어떻게 자신이 의미 있는 세계에 한몫을 하는 존재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 문화적으로 희화화된 취급을 받는다면? ... 모욕을 받을 때 인간은 자존감을 잃고 의미 있는 세계에 사는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 그저 미약한 생물로 전락한다. .."모욕은 죽음보다 나쁘다. 전시 상황에서 모욕적인 언사는 총알보다 더 큰 상처를 준다"라는 말이 있다. 총알은 육체를 죽이지만 모욕은 '덧없는 존재에 불과하다'는 공포를 억누르고 있던 중요한 감각을 깬다. 인류 역사상 상처 입은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보복 전쟁은 수없이 많았다. ... - 218.
- 치명적인 폭력을 부르는 모욕 행위는 해결되지 않은 채 묻어버린 오래된 갈등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이런 모욕은 희생당했다는 억울함과 영웅적인 구원을 바라는 욕구를 결집하는 계기가 된다. - 219.
- 모욕 당한 사람은 압제자를 질책하고 제거함으로써 자존심과 존엄성을 회복하려고 한다. ... 그렇게 되면 폭력과 변명의 악순환이 시작된다. ... 대혼란과 살육의 순환에 갇혀 그 어느 쪽도 벗어날 수 없게 된다.. - 219.
그러면 과연 어떻게 하는 게 옳을까??
<슬픈 불멸주의자>에서는 떠오르는 가장 강력한 감정이 무엇인지 헤아려보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자신의 죽음을 깊이 생각해보는 거다.
이런 깊은 생각으로 의식적 '중심방어(proximal defense)'와 무의식적 '말단 방어(distal defense)'가 작동되면서 불쾌한 생각을 몰아낸다(268).
- 죽음에 대한 의식적 및 무의식적 생각이 어떻게 불운한 심리적 및 행동적 방어를 부추기는지 이해함으로써 변화를 꾀하기를 희망한다. 이를 통해 당신은 자의로 어떤 선택을 하고 행동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 346.
그리고 이전에 지녔던 의미를 현재에도 계속 지속할 수 있도록 수정(317)하는 것도 도움이 되며, 지금의 삶에서 중요한 어떤 대상에 집중(317)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언급한다.
- 개인이 이전에 지녔던 의미를 재차 확인하고나 기존 신념을 좀 더 설득력 있고 지속 가능하도록 수정하거나 혹은 완전히 새로운 의미를 만들도록 돕는다. - 317.
- 의미와 가치, 사회적 관계, 영성, 개인적 성취, 자연과 동일시, 순간적인 초월 경험을 자기 나름대로 잘 조합함으로써 영원히 지속될 의미를 찾으라. - 345.
-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대상에 집중하도록 격려함으로써 비교적 덜 거창한 삶의 관점에 관심을 가지게 할 것이다. - 317.
언젠가 인간은 죽는다.
이 불가피한 사실을 인정해야 하고, 대처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331). 그래야 개인적인 고통과 증오, 살인을 유발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죽음과 함께 더 잘 살아가는 법(332)을 배우려면? 그러려면 무엇보다 자신이 느끼는 죽음의 공포를 알아야 할 것이다(332).
- 죽음과 함께 더 잘 살아갈 수 있는 실행 가능한 접근법이 두 가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생자필멸이라는 현실을 더 잘 알고 수용하기. 둘째, 죽음을 초월한다는 감각을 파괴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강화하기가 바로 그것이다. - 335~336.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 무의식적인 죽음의 공포가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일상생활에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려면 죽을 수밖에 없는 자신의 운명을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 336.
마지막으로 타인에게 포용의 자세를 취한다.
-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면서도 동시에 소용돌이 세계관처럼 관용과 애매모호함의 수용을 장려하는 세계관을 만들어야 한다. - 345.
- 불확실성 및 자기와 다른 신념을 품은 사람에게 관용을 베풀라. - 345.
그래, 결국은 '수용'인가? 그래도 알고 '수용'하는 것과 무작정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다르니까~ '앎'은 그래서 중요한 것 같다..
오타가 있다!
187쪽 밑에서 여덟번째 줄, "역사화 무한한 미래를 가진.."에서 '역사화'를 '역사와'로 수정해 주세요.
본 포스팅은 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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