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만든 소시지>
아이가 그림책에서 글자만 있는 책을 읽어야 할 나이에 접어들면
권하고 싶은 책 중 하나다.
얇은 두께의 책이여서 더 좋다.
스토리도 성장기의 아이들이면 누구나 접하게 될 이성과의 관계를
보다 순수하게 접할 수 있어서 참 좋다~
가슴 절절한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하필이면 왜 '소시지' 꽃인지 궁금하다면,
꼭 읽어보자~
그래.. 너의 마음을 이해해.
어느 누가 '리종'을 대신 할 수 있겠니.
쨍그랑!
<꽃으로 만든 소시지> 첫 장의 에피소드부터
이 책을 궁금해서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 내 발아래는 엉망진창이었다. 유리컵이 깨진데다가, 으깬 감자가 철퍼덕 퍼져 있었다.
그 위로 떨어진 소시지는 바닥에 부딪쳐 용수철처럼 튕겨 올라 가까운 의자 위로 날아갔다.
주변에서 웅성 거리는 소리가 점점 들리지 않았다.
귓속에서 환풍기가 돌아가는 것처럼 윙윙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그리고 숨 쉬기가 힘들 만큼 가슴이 답답했다. - 7.
'리종'과 '소시지'에 대한 복잡한 충격과 실망감을
저자는 참 맛깔스럽게 표현했다.
"선생님, 전 채소만 먹어요. 소시지는 먹지 않을게요."
리종은 이 한마디만 했을뿐인데..
주인공 남자아이는 충격이다.
손발이 척척 맞아 행복하게 소시지 가게를 운영하는 부모님을 보면서
자신도 리종과 멋진 햄 가게를 차리고 싶었는데
한 순간에 날아간 꿈이여~
'오늘 처음 알았다. 리종이 고기를 안 먹는다니!'
리종이냐, 햄 가게냐. 그것이 문제로다~
^^
참 순수한 고민이지만, 그 얼마나 그들에게는 마음앓이 문제일꼬..
귀여운 그들의 심리전이 흥미롭다.
리종말고 다른 여자아이를 찾아보는 주인공.
그것도 같은 반 여자아이들에서만~
ㅎㅎㅎ
이 얼마나 순수한가!
다른 반 여자아이도 아니고 말이다~ ^^
- 나는 우리 반 여자아이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았다.
엘로이즈는 키가 아주 커서 옆에 서면 내가 꼬마가 된 기분이 들었다.
리나는 툭하면 손톱을 깨물었다.
플라비는 남자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아르멜은 입만 열면 승마 이야기를 했다.
결국 엘로이즈, 리나, 플라비, 아르멜은 여자 친구 후보에서 지워 버렸다.
우리 반에 여자아이가 여섯 명 더 있기는 했다. ... - 23.
리종에서 무뚝뚝한 표정으로,
리종에서 관심 없는 척하는 건
너무 힘들었을 거다.
슬퍼하며 고민하는 주인공에게 슬그머니 친구, 테오필이 다가온다.
구세주다!
"너 리종을 좋아하지 않아?
리종을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해. 아니면 말고.
체육 시간처럼 아무 때나 걔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르지나 마. 정신 좀 차려!"
ㅋㅋ 그런 에피소드가 있었다.
선생님의 이름 부름에 '네'라고 했어야 했는데, 하필 리종을 생각하고 있던터라 대답이 '리종'이 되었다. ㅋㅋ
암튼 테오필의 말에 주인공 남자아이의 답은 정말 사랑스럽게 웃기다~
"내 맘대로 안 돼! 리종을 좋아하지만 리종은 날 절대로 좋아하지 않을 거야!
리종은 소시지를 안 좋아한단 말이야!"
오.... ㅎㅎㅎ
안타까운 공감 반, 엄마 미소 반, 배꼽잡는 웃음 반,
그래도 말했구나 통쾌함 반, ..
47쪽은 그렇게 즐겁게 읽혀 내려갔다~
마지막은 해피엔딩이다~
테오필 덕분에 말이다!
그러게 좋은 친구 한 명은 꼭 만들어 두고 볼 일이다~
테오필이 사랑의 전도사가 되었으니 말이다. ^^
재미난 텔레비전도 전혀 즐겁지 않더니,
테오필에게 전후사정을 듣고 알게된 리종이 보낸 편지 덕에
다시금 행복한 기분에 푹 빠졌다~
"내가 생각해 봤는데, 나처럼 고기를 좋아하지 않아도 먹을 수 있는 햄을 만드는 거야!
콩으로 만든 햄도 좋고, 아직 이 세상에 없는 많은 음식을 만들어 파는 거지."
"꽃으로 만든 소시지!"
"빨간 과일로 만든 소시지!"
그렇게 그 둘은 수많은 소시지들과 함께 앞으로 함께할 날을 꿈꾸었다고 한다. ^^
남자아이가 사랑을 꿈꿀 때는 눈물도 나는가 보다.
눈이 살짝 부어 집으로 돌아와
엄마에게 한 번 더 거짓말을 한다.
"꽃가루 때문인 것 같아요!"
내 아이가 저런 거짓말을 할 날이 올까?
오겠지.. 그때 나는 주인공 엄마처럼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
아이도 엄마도 같이 읽으면(아빠도 포함해서) 참 좋을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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