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신>
- 강소천 제 2 동화집 -
강소천동화집 제2동화 <꽃신>이 재미마주 출판사에 의해 재발간되었다.
작품의 배열은 초간본 그대로 따르되, 판형을 4/6판에서 국판으로 키웠다. 현 시대에 맞게 맞춤법, 띄어쓰기, 어휘를 수정하고 보완했다고 한다. 그림까지 원상태에 맞게 복제 수정보완하고, 표지는 본문 삽화에서 뽑아 새로 디자인 했다고 하니 정성이 가득 담긴 책이다.
총 16편의 동화와 2편의 동시가 실려이다.
강소천 동화의 대표작으로 <꽃신>을 꼽는다는 아동 문학가 서석규님의 글에서 왜 <꽃신>이 대표작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제일로 싫던데.. 남편이 그렇게 그리워 아기를 때릴 것까지 있나 싶을 정도로 나는 그런 무기력한 여인네는 싫다! 그 놈의 꽃신이 뭐라고.. 별로다.. 짜증난다. -_-;
'전쟁, 분단'이라는 주제가 강하게 들어나는 제2동화집은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안타깝기만 하다. 그래서 같은 무거운 주제라도 괜찮은 동화를 꼽으라면 나는 <꽃신>은 절대로 꼽지 않을 거다. 차라리 <방패연>이 훨씬 낫다!
방패연이 이북에 있는 할아버지에게 날아가서 소식을 전해준다는 꿈만 같은 이야기가 더 희망차고, 비록 마지막에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고 토라지는 인호의 모습이 안타깝지만 귀여워서 좋다.
특히 비행사 아저씨와 인호의 대화는 밝고 환하고 희망차고 신비롭다~
"아저씨가 고원에 가셨댔어요?"
"그래 갔었지!"
"무얼 싣고 가셨어요?"
"아주 이상한 것을 가지고 갔었지."
"이상한 것이라니요?"
"비행기 편지를 가지고 갔었지."
"비행기 편지라니요?"
"저 혼자 막 날아가는 편지 말이야."
"편지가 어떻게 저 혼자 막 날아가요?"
"그러게 말이야. 참 재미있는 편지지? 이남에 와 있는 손주가 자기 할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야."
"예? 그게 연이 아니에요? 태극기를 그린 방패연이 아니에요?"
"그래, 너도 그런 비행기 편지를 낸 일이 있니?"
"있어요. 바로 오늘."
비행기 아저씨는 연을 가지고 고원에 가서 할아버지에게서 회답을 받아 가지고 오셨단다. ^^ 야호~
할아버지 편지를 다 읽지 못하고 엉엉 울어버리고 만다. 이내 꿈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인호. 하지만 현실은 꿈만 같지 않다..
"인호는 살을 툭 끊어 놓아 주었더니 연은 얼마 더 날지도 못하고 펄럭거리더니, 높다란 전나무 가지에 가 걸려 버리고 말았습니다.
...
- 그까짓 연! 38선도 못 날아 넘는 연! 나는 할아버지를 만나기 전에는 연을 안 날릴 테야!"
^^; 귀여워..
아이들의 인성동화로 손색이 없을 <만점 대장>도 좋았다.
명수의 별명은 만점 대장, 하지만 처음에는 빵점 대장이였다. 빵을 좋아해서, 그리고 매번 시험에서 빵점을 받았기 때문이라나~ ^^
어느 날 산수 시험에서 명수는 옆 친구 현도의 시험지를 컨닝하려다가 현도가 시험지를 가려 버린다. 현도에게 서운한 명수.
그 날 저녁 현도가 명수를 찾아온다. 현도는 정다운 목소리로 오늘 일과 자신의 생각을 명수에게 전해준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내가 명수가 제일 싫어하고 잘하지 못하는 산수를 날마다 조금씩 가르쳐 주기로 했다. 이제 겨울 방학이 되면, 아주 쉬운 계산 문제부터 시작해서 복습하면 틀림없이 명수도 산수 공부가 제일 재미있는 시간이라고 그럴 거야. 그 땐 명수의 별명이 만점 대장이 된다는 말이야."
ㅋ ㅑ~ 고참 기특한 친구를 두었구나~! ㅎㅎ 결국 현도 덕분에 명수도 열심히 하여 어느 날 세상 나서 처음으로 산수 시험에 만점을 받아 집에 온다. 명수 어머니는 새 운동화 두 컬레를 사서 명수와 현도에게 주신다. 명수와 현도는 나란히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 날 배운 복습을 집으로 돌아오면서 다 해 버리는 장면으로 끝난다.
"어여! 만점 대장 같이 가아!"
"여어! 빨리 와!"
^^ 명수를 만나거든 나도 그렇게 불러봐야겠다~ 만점 대장~!! ㅎㅎ
강소천 동화집에서 재미있는 점을 하나 발견한다면 그건 바로 예수님, 크리스마스, 이런 용어가 많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왠지 모르게 한국 동화책에서 처음 느끼는 듯한 정서여서 묘하고 어색하고 신기하고 두근된다~
마치 <인형과 크리스마스>에 나오는 아이처럼 말이다. ^^
생일을 잊지 않으려고 손바닥에 그려놓은 동그라미가 목욕으로 지워져 자기 생일을 잊어버린 귀순이의 울음터진 상황이 너무 귀엽고 귀엽고 귀엽다~*
"내일은 네 생일보다 더 즐거운 예수님의 생일이란다. 예수님 생일에는 더 크고 예쁜 인형을 하나 사 주지."
"그 때 나는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그 얼마나 기뻤을까..? 귀순이는 머리맡에 놓인 크고 예쁜 인형을 보고 기뻐 어쩌할 줄 모른다~♡ ^^
아마도 제2동화집은 겨울에 쓴 듯 싶다. 봄이 기다려지는 겨울을 잘 묘사한 <빨강 눈 파란 눈이 내리는 동산>은 참으로 아름다운 동화이다. 요즘 시대에 그림책 단행본으로 나와도 좋을 듯 싶다.
어린 시절에는 흰 눈도 좋지만 눈에 알록달록 색깔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 있을 것이다. 덕재가 그런 아이다. 그래서 달님에게 편지를 쓴다.
"빨강 눈, 파랑 눈을 내려 주시오. -장덕재."
ㅎㅎㅎ 보름밤에 눈 내린 흰 언덕에다 먹으로 저렇게 써 놓았다. 아이다운 감성이다~
그리고는 어느 따뜻한 날에 정말 색깔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보름달의 답장도 받았다. 와~우!
"덕재야, 네 편지 잘 읽었다. 그럼, 네 소원대로 빨강 눈, 파랑 눈을 내려 주마. -보름달."
'파아란 초록 눈'이 '뼈만 남은 앙상한 나뭇 가지'에 달려 파란 잎이 되고, '샛노란 눈'이 여기저기에 '예쁜 민들레꽃'이 된다. '보라빛 눈'이 내려앉은 곳에 '앉은뱅이꽃'이 피어난다. '빨강 눈'은 '가지각색 이름 모를 꽃'들이 되어 막 피어난다. 아름다운 꽃동산이 펼쳐진다.
"덕재의 손엔 어느 새 버들피리가 쥐어졌습니다.
삘릴리, 삘릴리!
덕재는 멋들어지게 버들피리를 불었습니다."
아름답고 멋진 동화이다~*
곧 설맞이 하는 밤이 다가온다. 그 때되면 수민양에게 <설맞이 하는 밤>을 읽어줘야지~
근데 궁금하다.. '인제'라는 표현이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요즘에도 이런 표현을 쓰는 걸까..? '방금'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오늘날에 더 잘 쓰이는 말로 바꿔써도 더 좋을 듯 싶다.
"인제 먹던 건 뭐냐?"
ㅎㅎ 뭔가 어색하다~ '인제'만 들어도 그냥 웃음이 나온다.. 어색해서인가보다. ^^a
<설맞이 하는 밤>의 주절이 주절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속에서 우화가 숨어 있다. 이솝우화 같은 지혜가 담긴 쥐 이야기. 그리고 강소천님의 특유의 '분단, 이산가족에 대한 안타까움'에 대한 외침도 묻어있다.
"글쎄, 잔소리 말고 가자면 가! 세상에 안 될 일이 어디 있어. 사람들은 비행기를 만들어 타고 막 날아도 다니는데, 그까짓 항아리 속의 꿀쯤 못 꺼내 먹는다는 말이야?"
꾀돌이의 말이 맞다! 꾀돌이는 지혜롭게 꽁꽁 주둥이가 묶인 항아리에서 구멍을 내서 꿀을 실컷 먹었다.
항아리는 북한 같고, 항아리 속 꿀은 북에 있는 이산 가족 같고, 꾀돌이는 남에 있는 우리들 같은 묘한 느낌이 든다~
비행기도 날아다니고 우주도 가는 시대에 이러고 있다.. 언젠가는 통일되어 실컷 만나길 바란다.
본 포스팅은 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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