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대전>
- 동서고금의 인문학 지식에서 발견한 42가지 만능 발상법 -
성격유형처럼 발상법에도 자신과 가장 잘 통하는 게 있는 듯 싶다. 42가지나 되는 방대한 발상법 중에 적어도 어느 한 가지는 지금까지 자신이 알듯 모르듯 사용하고 있는 방법과 유사하지 않을까? 그만큼 읽는 내내 "어! 이거는 내 방법인데" 싶어 무릎을 탁 치게 될지도 모른다. ^_^
나의 경우에는 다빈치 노트라고도 불리는 에디슨 노트, 그리고 인큐베이션 발상법이 혼재되어 있다. 문뜩 드는 아이디어와 관심이 가는 정보를 일단 노트에 적는다(에디슨 노트). 의식적으로 몰두하다가 잠시 문제를 잊는다(인큐베이션). 새롭게 생각난 것들을 적거나(에디슨 노트) 영감이 찾아오면 이를 의식적으로 검증하며(인큐베이션) 그 결과를 모두 노트에 기록해둔다(에디슨 노트).
아쉬운 게 있다면 '노트를 틈날 때마다 읽으면서(에디슨 노트)'할 겨를이 없었다는 점이다. 아이를 키울 때는 혹시 잊어 버릴까 적어놓기 바빴다. 다시 예전으로 되돌아 가면 시작하려고? ㅎㅎ; 씁쓸해지네.. 암튼 아이는 아기에서 청소년인 10대로 성큼성큼 다가가고 있으니까 나도 이제부터 적은 노트를 틈날 때마다 읽으면서 옛 아이디어를 메모 속에서 되살려 봐야겠다.. 지금 시도하면 성공하지 않을지, 좀 더 개선할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동경했던 토머스 에디슨은 다빈치를 따라 메모 노트를 작성했다. ... 에디슨은 위기에 빠졌을 때 노트를 들여다보며 극복했다. ... 에디슨은 새롭게 얻은 지식과 기술을 사용하여 예전에 버렸던 아이디어나 중지한 발명(이런 것들이 매우 많다)을 들여다보며 지금 시도하면 성공하지 않는지, 좀 더 개선할 방법은 없는지를 고민했다. ... - 45~46.
- 에디슨 노트의 단점과 장점: 아이디어는 누구나 기록한다. 습관적으로 아이디어 노트를 기록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아이디어가 필요한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는 필수적인 일이다. 하지만 에디슨의 노트는 그 양과 집요한 기록, 재사용 빈도와 높은 생산성 측면에서 두드러진다. 그런데 이 방법의 유일한 결점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뒤집어보면 둘도 없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몇 년 동안 노트에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고, 이를 계속 다시 읽으면서 활용하고, 나아가 계속 아이디어를 추가한다면 남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장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 46~48.
한편, 서평이든 무엇이 되었든지 한글로 쓰는 글쓰기라면 나는 논스톱 글쓰기 발상법과 꽤 유사한 편이다. 타이머를 15분에 맞춰 쓸 정도는 아니지만, 두려움이나 무서움 등이 엄습해오면 재빨리 넘어갈 정도의 강박감도 없지만, 뭐든 계속 쓴다. 오탈자, 문법, 구두점, 행갈이, 문단 나누기 등에 신경 쓰지 않는 편은 아니지만 중간에 멈춰 다시 읽지는 않는다. 지우고 다시 쓰고 그러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일단 계속 쓴다. ^_^
최근 책쓰기에 관한 책을 읽은 후, 막연했던 관심에 불이 지펴졌다. 에디슨 노트처럼 종이 노트에 쓰여 있을, 논스톱 글쓰기의 카오스 상태였을 아이디어를 깔끔하게 쓴 단편글로 네이버 블로그에 남겨두고 있다. 추후 이런 글들이 얼추 모아지면 프린트해 놓고 레비스트로스의 콜라주를 시행해보고 싶다. 그분의 원고를 직접 보고 싶다. 54쪽을 읽고 있자니, 작게 자른 종이들이 붙여지고 또 붙여지고, 컬러풀한 펜으로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원고를 직접 해보고 싶어졌다. 왠지 나에게 딱 어울릴 것만 같은 느낌~*
- 원고를 도저히 읽을 수 없는 상태가 되면 불필요한 부분을 하얗게 칠해서 다시 가필, 수정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것도 더 이상 할 수 없는 지경이 되면 원고를 중간중간 잘라낸 다음 거기에 작게 자른 종이를 붙여 다시 써야만 하는 부분을 수정할 수 있게 합니다. 그렇게 해서 원고가 완성될 때쯤이면 작게 자른 종이가 서너 개 겹쳐져 화가들의 콜라주와 비슷해집니다. - 54. 레비스트로스의 콜라주.
책을 읽든지, 다큐 영상을 보든지, 되도록 많은 분야를 섭렵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다보면 뜻하지 않게, 멀리 떨어진 분야나 관계없는 영역에서 서로 조응하거나 유사한 것을 발견하곤 한다. 가설을 다른 사항에 대해서도 적용하고 기존 지식을 재편성해 기존의 어떤 분야에서도 일부분 밖에 다루지 못한 큰 문제를 나름 해결하고는 비밀을 푼 마냥 희열을 느낀다. 이를 카유아가 대각선의 과학이라 지칭했다.
한편, 카유아는 사마귀에 대한 연구에서 썼다는 사마귀 암컷의 습성을 읽다가 속이 시원해졌다. 어지간 했으면 암컷이 수컷에게 그러했을까 싶네! 아마도 몇달 전에 EBS다큐프라임 <생명의 전략 번식>에서 빈대 수컷들이 암컷에게 계속 찔러대는 욕망을 보며 속이 다 울렁거렸었는데, '사마귀 암컷이 교미 후 수컷을 잡아먹는 습성'있다는 것만 읽었을 뿐인데도 순간 묘한 승리감 비스므리한 기분을 느꼈더랬다. ㅎㅎ;
암튼, 카이유의 발상법은 난이도가 5에 5점을 꽉 채운 만큼 어렵다고 소개되었지만, 대각선의 과학은 나에게 친숙하게만 느껴졌다.
어릴 때 아버지가 나에게 늘 한다는 소리는 "왜병 또 도졌냐?"였던 기억만 난다. 내가 무슨 이유로, 어떠한 상황에서 "왜"라고 질문했는지는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지간히 귀찮게 했던 모양이다.. 그때 설움(?)이 남았는지 나는 수민양이 궁금해 하는 것에 있어서 만큼은 함께 '왜'를 풀어가며 아이의 호기심을, 원인분석을 방해하지 않는다. 자녀를 똘똘하게 키우려면 아이에게 타박을 주지 말아야 한다. 이를 훈육이라 불릴 수도 없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부모가 많으니 하는 말이니, 필요 없는 데까지 훈육을 하려는 부모 유형이라면 지금이라도 수정하기 바란다. 내 부모는 어찌보면 천재를 둔재로 키운 셈이다.
원인분석 발상법은 하나의 사건이나 현상에 대해 '그것이 왜 일어났는가?'를 꼬리에 꼬리를 물며, 5회 이상 자문자답을 반복해 보는 것이다.
'사숙'이라는 용어를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그러고 보면 나도 '사숙'하고 싶은 분이 있었더랬다. 심리학 교수님이셨는데, 그 분의 인지과학 책들을 나는 한 권도 빠짐없이 정독했다. 그러다 두꺼운 심리학 전공서적까지 독학 했었다. 대학원 졸업 후니까 꽤나 과거형이지만.. 그때는 인지과학이 그냥 저냥 좋았고, 심리학도 재밌었다. 아마도 수민양을 갖을 쯤에 읽던 발달심리학의 연장선일지도 모르고, 논문 쓰려다 관심 갖게된 감정심리학과 성격심리학의 연장선일지도 모르며, 한창 인공지능 로봇에서 인지과학에 관심을 두고 있어 연구에 접목시키던 때의 영향으로 관심이 기울어진 점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암튼, 167쪽에 따르면 맹자가 100여 년의 시간차를 두고 공자를 계승했듯이 사숙은 어떤 이를 스승으로 정하기만 하면 당장 시작할 수 있다. 그 사람의 저서나 작품을 반복해서 접하고 읽으면서 내 문제에 비추어 '그라면 어떻게 할까?'를 계속 생각해보는 것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블록이 좋았다. 집에는 늘 엄마가 없었던지 여자라고 내놓고 키웠는지 관심이 없었는지 초등학생 저학년까지 여동생과 나는 하루 종일 블록만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많다. 대단한 건축물을 만들며 누가 더 멋진지 서로 설명하곤 했던, 그래도 즐거운 추억이다. 그 여파인지 느낌적인 느낌이였는지 육아서를 한 권도 읽어본 적 없었던, 유아교육학을 한 번도 접해본 적 없었던 육아 초반 때 조차 나는 아이에게 장난감을 단한번도 완성품으로 사준 적이 없다(있다면, 선물 받은 것이거나 최근들어 딸에게 관심을 보이는 남편이 생각없이 사온 것일 뿐이다). 태어날 때부터 다양한 촉감을 느낄 수 있는 블록을 안겨 주었고, 유치원에 다닐 때 전후로 가베를 가지고 조합해서 생각나는 형태를 만들게 했다. 무엇을 만든 것인지 물어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게 하곤 했다(지금도 변함 없이).
핑크의 애매한 부품 발상법은 82쪽 그림에 있는 열다섯 가지 부품 가운데 세 개를 무작위로 고른 후 조합해서 재미있다고 생각드는 형태를 만들고 종이에 그린다. 그린 형태에 이름도 붙인다.
디즈니는 괴짜였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생각하는 게 독창적이여서 붙인 별명 같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디즈니에게는 세 인격이 존재했다고 한다. 몽상가, 실무자, 비평가.
몽상가 Dreamer-Vision은 Anything is possible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자세로 What to do? 무엇을 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실무자 Realist-Action은 Act 'as if' the dream were achievable 꿈이 실현된 듯 행동하는 자세로 How to do? 어떻게 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비평가 Critic-Logic은 Consider 'what if problems occur'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하는 자세로 Why not to do? 해서는 안 되는 이유에 초점을 두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마치 회의실을 세 곳으로 나눠 몽상가의 방에 들어갔다가 실무자의 방에 들어갔다가 비평가의 방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처럼 발상을 정리해나가는 게 특별하고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실제 디즈니와 같이 일한 제작진은 어떠한 인격이 튀어나올지 예상할 수 없어서 힘들어 했다고 한다. ^^;
그 보다 안타까운 점은 따로 있는데 177쪽에 든, 프로이드 정신분석(에고ego, 이드id, 슈퍼에고superego)을 빌려오되 인간의 정신은 어린 시절의 경험을 통해 만들어지는 P(parent), A(adult), C(child)의 세 가지 자아 형태에 있다고 가정한 에릭 번의 교류분석Transactional Analysis와 디즈니의 세 개의 방을 연결지은 그림과 설명이였다. 거기에서 부모parent가 다름아닌 비평가critic이라는 사실이 씁쓸하다 못해 슬프다!
31쪽에 든 앤 와이저 코넬의 일화에서, 아버지가 "네가 잘난 것 같지?"라고 말해 글쓰기에 대한 불안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앤은 무의식에서 찾아내 끄집어 내려 했다고 한다. 이 일화를 읽으면서 뭐 저런 아버지가 다 있을까 싶었다.
내 부모는 코넬 아버지만큼은 아니여서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지, 아니면 그런 불행이 코넬을 글쓰기에 대가로 만든 격인지 논할 수 없지만, 최소한 아이가 글을 쓰면 관심을 가져주고 무한 칭찬을 아끼지 않은 덕에 수민양은 글쓰는 것을 참으로 좋아한다는 점이다.
인간의 정신을 결정짓는다는 부모parent가 적어도 실무자realist로 연결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라도 비평가critic 보다는 실무자realist로써 아이의 정신에 남아 있도록 영향을 주고 싶다. 꾸짖고 비판적이고 징벌적이고 지배적인 부모parent의 비평가적 면모는 줄이고 합리적, 객관적으로 사고하는 실무자적 면모를 늘리련다. ^_^
아이와 함께 해보고 싶은 발상법은 가정파괴이다. 이름에 헛갈리지 말자 '가정'은 가정파괴(범)의 그 가정이 아닌 Assumption이라는 것을~ㅎㅎ
검토하고 싶은 문제를 결정한 다음 문제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 정보를 모으고 시각화한다. 디즈니의 세 개의 방처럼 세 줄짜리 표를 만들되 '상황', '전제', '파괴'라 제목을 붙이고 문제를 구성하는 요소를 상황에 적고, 상황에서 하나를 골라 이를 성립하기 위한 전제나 가정(확신, 암묵적인 규칙 등)을 전제에 적는다. 전제에서 하나를 골라 이를 파괴하고 뒤집어 새로운 전제나 가정(새로운 관점, 인식 방법, 새로운 규칙 등)을 생각해 파괴에 적는다.
153쪽에 따르면 다른 발상법을 사용해봤지만 소용이 없이 제자리로 돌아온 경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하는 경우에 사용할 수 있는 발상법이라고 한다. 최후의 수단인 셈이다.
<아이디어 대전>의 마지막 페이지는 꿈꾸기다. 나는 꿈이 무엇인가를 말해준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꿈 속에서 힌트를 얻고자/얻곤 한다. 해결해야 하는 문제, 과제에 대해 잠들기 전에 충분히 생각할 만큼 노력을 기울이는 편은 아니지만,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즉시 꿈을 기록하는 편도 아니지만, 꿈에서 보여진 것을 세세히 기억해두고 생각날 때 꺼내 되짚어 보곤 한다. [샘플]에서 든 다양한 예시들이 흥미롭다. 학술, 예술, 경제경영 분야에서 꿈이 아이디어로 이어진 예가 많았다. 비틀즈의 <Yesterday>곡은 폴 매카트니가 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지 않던가. ^_^
꿈에 관한 과학적 연구가 있어 왔다는 책에 소개된 과학적 접근들이 흥미로웠다. 아직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인 꿈이지만 꿈꿀 때의 뇌 활동은 발상법의 기술과 매우 유사하다고 한다. 잠과 꿈은 앞서 소개한 푸앵카레의 인큐베이션에 속한다고 한다.
- 문제와 기존의 해법에 관한 고정관념을 제거하고, 무작위 자극을 포함하는 의미 네트워크의 확장과 활성화를 이용하는 것이 인큐베이션의 구성요소인데 꿈은 이 모두를 포함하고 있다. 즉, 푸앵카레의 접근법과 같은 방법이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 - 356.
그러기에 아이는 밤에 잠을 잘 자야한다. ㅎㅎ
연도별로 사건을 표로 깔끔하게 정리해 놓은 [아이디어 연표사]까지 부록으로 들어 있는 <아이디어 대전>은 정말로 발상법 개론책으로 불려도 좋을 듯 싶다. "실천해야만 가치가 있다"고 초반에 밝혀둔 저자의 말대로 42가지의 다양한 발상법에서 자신과 가장 친근한 발상법을 선택해서 실천해 보자.
본 포스팅은 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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