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탐닉>
- 미술관에서 나는 새로워질 것이다 -
서점과 도서관 다음으로 좋아하는 곳은 미술관이다.
저자가 글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뽑아내는 것 만큼이나 그림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느끼는 것을 좋아한다.
그림은 보는 사람 마다 느끼는 게 제각기 다른 점이 매력적이고,
신기하고,
알고 싶어진다.
^_^
그 많고 많은 그림들 중에서 느낌이 오는 것을 골라 사진을 캡쳐 했을 뿐인데, 결과적으로 '나'에 집중하게 된 것 같다..
딸 아이는 이 그림을 보면 늘 해주는 말이 있다. "엄마, 엄마 닮았어요."
^_^
"고마워, 엄마가 이렇게 예쁘게 생겼구나."
하긴 미안한 말이지만, 나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다.. ㅎㅎㅎ; 다소 멍때릴 때 명화 속 소녀(젊은 여인)처럼 보일 때가 있다.
어릴 때는 이 그림을 보면서 '참으로 못 생겼다' 생각했었는데, 지금 나이를 들어가면서 보니 조금씩 예뻐 보인다. ^^;
<그림탐닉> 153쪽에 있는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영화에도 소개된적 있는 명화이다. '북유럽의 모나리자'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그런데 이 명화의 매력은 그림 속 여성 모델의 정체가 미궁이라는 점이다. 흥미롭게도 <그림탐닉>에서는 영화와 달리 페르메이르의 첫딸 마리아의 열세 살 때 모습이라는 설도 있다고 한다.
어찌되었든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귀걸이 때문은 아니고, 정말로 묘하게 사람의 시선을 붙잡아 두는 아름다움이 있다. 나 자신과 마주하듯 나를 꿰뚫어 보며 나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놓치지 말라고 하는 듯 싶다.. 기분 탓인지~ 나는 무엇을 지금 놓치고 있을까..?
<그림탐닉> 115쪽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성 안나와 성 모자> 명화가 소개된다. '모성의 낙원'이라는 부제와 함께.
이 그림이 왜 내 눈에 띄었을까? 아마도 나는 지금 누군가의 어머니이고, 나는 지금 한창 모성을 뿜뿜 뿜어내고 있어서? ^^a
<성 안나와 성 모자>을 두고 20세기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다빈치의 유년기를 분석해 논문을 냈다고도 한다. 다빈치가 어린 시절이 그러했을 거라고 생각 못했는데.. 한편으로는 어머니와 외조모 사이에서 풍부한 모성을 가득 받고 자란 덕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_^
실질적으로는 '아버지의 부재'는 아니지만 가까이에 아버지의 존재를 많이 느끼지 못하는 딸 아이를 보면서 엄마라도 무한 사랑, 절대적인 사랑을 주어야 이 아이는 잘 크겠구나, 무의식적으로 나는 생각했나 보다..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딸 아이는 참으로 밝고 명랑하고 사랑스럽다. 최근에 읽은 그림책의 주제처럼 '자긍심'이 뿜뿜 뿜어나오는 아이로 자라고 있다.
<그림탐닉>은 27쪽에 '사랑이란?' 부제로 프리다 칼로의 <우주, 대지, 디에고, 나, 세뇨르 솔로틀의 사랑의 포옹> 작품을 실었다. 프리다 칼로의 작품전에 가서 그녀의 다양한 그림과 글과 예술작품들을 감상했던 적이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녀의 사랑은 참으로 맹목적이다. 아이를 가질 수 없어서 남편을 아들처럼 여기며 '절대적인 사랑'을 보여주었다고 하는데, 글쎄.. 집착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만약 프리다 칼로라면 절대 디에고 리베라에게 흔들리지 않겠다.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다. 디에고 리베라가 어떤 인물이였기에, 어떤 남성이였기에 배신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음에도 여전히 프리다는 디에고를 사랑하고 '존경'했을까? (존.경. 아, 그 단어 참으로 낯설다!) 그의 말과 행동에 어떤 매력이 있었기에, 디에고의 '제3의 눈'에 해당하는 천재성과 예술가적 가치와 재능이 어떠했기에.
전시회에서도 <우주, 대지, 디에고, 나, 세뇨르 솔로틀의 사랑의 포옹>그림의 해석이 참으로 궁금했었는데, <그림탐닉>의 28~29쪽 해설이 다소 도움이 되었다. '육체적 정신적 고통으로 얼룩지고 상처 입은 일생이 정교한 질서 속에서 완전한 균형을 이룬 모습', '자신의 뜨거운 경험을 통해 통찰한 삶의 신비'..
<그림탐닉> 127쪽에는 렘브란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렘브란트 판 레인, 40여 년의 화가 인생 동안 100여 점의 자화상을 남긴 네덜란드 바로크 회화의 거장. 그 중에서 자화상 3편을 만나볼 수 있다. 그의 자화상을 통해 인생을 엿보게 된다.
위 캡쳐한 사진 속 자화상은 렘브란트의 '청년기'에 해당한다. 출중미를 뿜뿜 뿜어내며 자유로운 영혼같다. 정신 없이 바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틈에 누군가의 부름을 듣고 살짤 뒤돌아 본 듯한 느낌이랄까? ^_^ '개성 있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감탄할 나이다.
한 장을 넘기면 129쪽에 <베레모를 쓰고 깃을 올린 자화상>을 볼 수 있다. 렘브란트의 '중년기'에 해당하는 자화상이다. 인상을 쓰고 주름이 깊게 파인 얼굴이 화가 난 듯 하면서도 피곤해 보이고 힘겨워 보이고 우울해 보인다. <그림탐닉>의 해설에 따라, 50대의 렘브란트는 일장춘몽 같았던 그의 30~40대를 회상하며 거울 앞에 선 초라해 보이는 한 늙은이 같은 자신이 낯설었을 것 같다.
-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인기 좋았던, 유행을 선도하는 화가이자, 명문가 출신의 아름다운 부인과 자식들을 둔 성공한 예술가가 아니었던가. 허나 지금은 사랑하는 부인 사스키아를 결핵으로 떠나보낸 후, 경제적으로도 파산하여 모든 재산이 경매로 넘어가 버린 채 구설수에나 휘말리는 초라한 노인이 아닌가.' - 128.
한 장을 더 넘기면 131쪽에 <제욱시스로 분장한 자화상>을 볼 수 있다. 렘브란트의 '노년기' 자화상은 한없이 가벼워진 미소를 건네고 있다. 나날이 쇠약해져 가는 몸뚱이에 죽을 때까지 갚지 못할 빚의 무게가 겹겹히 두껍게 칠한 물감 위에 올라 앉은 것 같다. 이히히히히, 괴기하게 웃음을 내보일 것만 같은 모습이 렘브란트 자신 만큼이나 보는 이도 익숙하지가 않네.. 가끔 거울 보고 있노라며 헛헛한 웃음이 나올 때가 있다. 슬프기 보다는 그냥 헛웃음이 새어 나오는 건 왜 일까? 정말 단지 '허망함' 뿐일까?
<그림탐닉>책은 다양한 명화를 보며 미술관 나들이를 한 기분이 든다. 명화를 어느 정도 보았으니, 이제 슬슬 미술관 나들이에 도전(?)해 볼까 하는 분이 있다면, <그림탐닉>의 소소한 팁에 도움도 받아보자~ ^_^
차례를 보면 위와 같이 각 장 끝에 [그림을 넓고 깊게 보는 방법]코너가 마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소소하게 읽어보는 재미가 있다.
본 포스팅은 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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