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현실문화 출판사의 잉문예술덕후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3개월동안 다양한 책을 받을 수 있다니, 기쁘다! 11월 활동으로 받은 선물들~
책 3권과 엽서, 책갈피. 그리고 머그컵과 친절한 사과즙까지! 따쓰한 배려에 감사하다. 사과즙 맛있었어요~^^
11월달 서평책 2권은 이미 마무리 했고,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책만 남았다. 서평 요구가 별도로 없는 책이였는데, 그것도 모르고 제일 먼저 읽은 책이였다. 개인적으로 제일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b
책이 두텁다. 하지만 크기가 미니북처럼 작아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113쪽인데, 아무래도 오랫동안 궁금했던 "왜?" 질문에 답을 받은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천재처럼 보이는데 사실 그 당시에는 누구나 터득할 수 있는 하나의 기술에 불과했다고 하니 적잖게 놀라웠다.
- 근대에서는 예술이 ..천재성을 부여받은 누군가가 창작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사람은 예술가가 되기로 결정하고 그 방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현대의 예술가는 '타고 나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예술이라고 여기는 물체들을 창조하는 방법들은, 중세에는 누구나 터득할 수 있는 하나의 기술skill로 여겨졌다. - 112~!13.
- '미술'은 근대 modern era-지난 200년간-의 발명품이다. 근대 이전의 사람들이 생산한 뛰어난 건물들과 물품들은 우리의 문화에 의해 '차용'되어 미술로 변형된 것이다. - 28.
- 18세기 전반까지만 해도, 우리가 지금 미술이라 부르는 것들은 모두 일상생활의 맥락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 39.
음악, 건축, 그림, 조각, 기계공학 등을 하나의 예술ART로 보았으며, '17세기 말까지 광학과 기계학은 회화 및 조각과 같은 범주로 여겨졌'(115)기 때문에 다방면에 관심이 많고 천재처럼 느껴지는 분들이 많았나보다. 예를 들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러하다. 어쩌면 그도 중세시대에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
두번째로, 5장 '미술창작이라는 특권', 즉 미술에서도 가부장적인 언어를 중립적인 듯 사용하고 당연히 받아들이게 하면서 은연중에 여성을 배제하는 성향이 녹아져 있었다는 점이다.
- 천재라는 것이 타고나는 특성이라면, 왜 천재 여성은 없는 것일까? - 125.
- 남녀 누구든지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하며, 더 중요한 것은 성취와 권력의 영역에 대한 접근 자체가 가능해야 한다. - 128.
- ...(서략)... '그'라는 인칭대명사의 사용, 즉 미술사가 남성이라는 가정은 인류의 나머지 절반인 여성도 창조력을 부여받았다는 사실을 배제하는 것이다. ... 이 눈멂은 바로 이데올로기의 작용이었다. ...(중략)... 배타적이고 가부장적 언어의 의미와 힘을 부인하는 것은 불행한 아이러니다. - 135.
그 '눈멂'이란 이런 것. 그럴듯하게 여성을 무시한다..
- 순수한 아름다움은 자연과 예술에서 찾을 수 있다. 자연은 신에 의해 창조된 아름다움이고 인간에 의해(이 경우 남자들만 일컫는 것이었고 여자들은 이 도식에 포함되지 않았다) 창조된 아름다움이 예술이다. ... - 119.
- 저자가 여성에 대한 '편견'이 없으며, 양쪽 성 모두를 '그he'라고 지칭하거나 인류를 'mankind'라는 용어로 표현한다고 해서 여성을 낮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는 해명이 있다. - 135.
세번째로, 인간은 역시 사회동물이며, 미술과 '창조성' 조차도 천재적인 개인성보다는 평가라는 '인간 자신의 외부에 존재하는 것에 의존'일 뿐이라는 걸 뼈져리게 느낄 수 있었다.
- 우리가 자신과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과, 또 이것을 가장 개인적이고도 가장 높이 평가받는 '창조성'의 형태로 재현하고 소통하는 방식이 실은 인간 자신의 외부에 존재하는 것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207.
본책 초반에 12쪽 그림은 '미술이 아니었다'와 13쪽 그림은 '이것은 미술이다'라고 외친 이유를 이제야 알 듯 하다. ^^
- 미술가가 미술작품을 창조한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서는 아무런 소용이나 가치가 없다. 그러나 이 미술작품들은 미술의 여러 제도들(화랑이나 미술사, 미술출판, 박물관 등) 내로 순환하면서 비로소 ... 그 가치가 증폭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결국 다양한 제도들에 의해 형성되고 정의된다. ... 이는 액자틀이 그 안에 있는 것을 회화로 보이게 만들고, 좌대가 그 위에 있는 것을 조각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과 같다. - 28.
- 그것에 미술이라는 세례명을 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 31.
반고흐가 살아생전에 유명세를 얻지 못하고 미치광이로 전락한 이유가 여기에 있던 거였다. 영화 <반 고흐: 위대한 유산> ( http://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88479 )를 보면서 '비평가'체계는 마치 죄수 판별 제도 같다. 평이 좋으면 유명세를 받지만 평이 없거나 나쁘면 그렇지 못했다.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프레스코화는 창작 동기가 교황의 명령에 의한 것이기에 미술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프레스코화의 구실과 창작 동기는 오늘날 우리가 미술이라고 부르는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 현대의 미술은 교황의 명령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 자신이 스스로 만들고자 하여 창작되는 것이다. 미술작품의 제작에 따른 통찰적 시각과 권위는 외부의 정치적, 종교적 주인이 주는 것이 아니라 개인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 43.
그런데 시작은 종교적 주인이 준 동기에서 했을지라도 그리는 과정 중에서는 '자신이 스스로 만들고자'하는 것이 나오지 않았을까? <아담과 창조>그림에서 인간의 손가락이 맞닿은 쪽은 신이 아니라 인간의 커다란 두뇌를 형상화한 것에 맞닿은 것으로, 신이 지성을 주었다기 보다는 인간이 자기 자신과 통하게 됨으로써 지성을 갖게 되었다고 본다(이는 미드에서 들은 이야기^^ 인간이 인공지능로봇을 만들수는 있지만 의식은 자기 스스로 깨우쳐야, 즉 로봇 스스로가 자기 자신과 거듭 만나야 얻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나온 대사. HBO미드<웨스트월드: 인공지능의 역습>). 일부에서는 신이 지성을 부여함을 강조하기 위해 두뇌 형상을 따랐다고도 해석하기도 했다(논문에 실릴 정도의 연구가치가 있는 일인가? 미국의사들도 참..ㅎㅎ).
암튼 18세기 말에서야 미술의 존재가 확실해졌다. 하지만 그래도 의존도는 여전했다.
- 경제 및 정치구조의 변화에 따라 개인 역시 자신의 정체성과 인간성, 주변 세계와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이 바뀌었다. 군주제의 지배로부터 자유민주주의로의 이행은 개인이 '자유의지'를 가진 시민이라는, ..주체의 재편성을 알리는 신호가 되었다. - 102.
- 현대의 천재는 정치나 후원자 또는 사회의 구성을 뛰어넘어 활동하는 이로 여겨진다. 예를 들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나 미켈란젤로는 후원자들의 권위 아래 작업했으며, 이는 현대의 예술가들이 작업에 접근하는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었다. - 120.
- 19세기 말에 이르러 현대의 화상-비평가 체계는 아카데미와 살롱들을 대체했다. 그러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이 새로운 체계 역시 이윤을 추구하는 개인 기업의 하나로서, 개인의 작품이 의미와 가치를 획득하는 여러 수용제도들-화랑이나 비평, 출판, 개인컬렉션, 미술관, 대중매체 등-중의 하나라는 사실이다. - 168.
그래도 이제는 그 의존성을 인정했다는데 의의가 있는 거겠지?
- ... 브라크와 피카소는 이렇게 대량생산된 요소들을 사용함으로써 미술가와 창작물들 사이의 전통적 관계 일부를 포기했다. 콜라주를 만들기 위해 브라크와 피카소는 자신들이 생산하지 않은 요소들을 사용해야 했고, 그리하여 창조를 하는 미술가들의 능력이란 그들 밖의 것-즉 미술가들 문화의 부호와 언어-에 의존하고 있음을 시인했다. - 212.
- 1913년 뒤샹은 ... 바퀴와 의자라는 대량생산 된 두 오브제를 결합함으로써 .. 창작하는 것은 자신 외부에 존재하는 것들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방식에 달려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 218.
- 콜라주와 레디메이드들은 모든 재현의 형태-그림이든 단어든 체스처든지 간에-가 문화적 언어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피카소와 브라크, 뒤샹의 작품들은 우리가 인식하며 재현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문화적인 것이며, 이상적인 본질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에 의해 형성되는 것임을 심오하고도 근본적인 방식으로 생각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 219.
그들은 그렇게 기존의 전통과 신화를 포기했고, 이후 틀을 깨고 새로운 변화를 주려는 노력이 계속 되고 있다.
- 완벽한 기술로 캔버스에 물감을 칠하는 미술가라는 전통과 신화는 절대적이고 개인적인 창작의 영역에 대한 미술가의 지배를 은유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 피카소는 좁게는 창작에 대한 미술가의 권력이라는 신화를, 보다 넓은 의미에서는 현대 남성과 세상의 관계에 대한 신화를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술가의 창작 한계를 인정함으로써, ..의미와 가치들이 창조되는 방식을 탐구해 자신들과, 작품, 그리고 세계에 대해 보다 많은 지식과 권력을 획득했다고 할 수 있다. - 225.
- 많은 미술가들은 문화와 현대사회에서 활기를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술을 창조적인 방법으로 일상생활에 통합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 227.
- 아방가르드는 여러 방법으로-대중 문화를 빌리거나, 정치 이데올로기와의 연대를 통해-예술과 삶의 틈을 없애려고 노력했다. 242.
- 국제 아방가르드 미술가들은 모든 사람에게 도달할 수 있는 문화의 새로운 수단들-라디오, 영화, 그림잡지, 레코드, 전시회 등-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뉴스 매체와 선전, 대중문화와 광고를 통해 현대세계를 창조적으로 변화시키는 자신들의 모습을 꿈꾸었다. - 242.
- 오늘날 ..미술가들은 개성적인 작품 창작에만 자신들을 국한시키지 않는다. 대신.. 오브제나 프로젝트 또는 설치 작품 등을 제작한다. ..그들의 작업은 미술의 수용과 분배를 위한 매개체 제도에 완전히 조절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경향으로 작업하는 화가는 '미술가-제작자 artist-producer'로 생각할 수 있다. - 261.
- 미술가가 단지 미술제도에 물건을 공급하는 것 이상의 구실을 하고자 한다면,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문화제도와 함께 작업하는 것이었다. ...(후략)... - 262.
결국 생각의 전환이 필요했던 거였다. 인정하고 변화하려는 노력이 주체성을 잃지 않게 돕는다.
- 모든 것이 문화에 의해 형성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우리가 우리의 현실을 창조한다는 것도 쉽게 인정할 수 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이에 기여하고 또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시각은 우리 자신과 세계를 보는 방식일 뿐 아니라, 우리가 주체가 되는 삶의 강력한 방식이기도 하다. - 298.
마지막으로 관심있게 본 부분은 그 옛날, 길드guild나 아카데미에서는 과학과 미술을 함께 가르쳤다는 점이다.
그에 비하면 미술,체육,음악 등 예체능 과목은 불필요하다며 학과목에서 제외시키던 때가 있었다는 게 부끄러운 일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 STEAM이라고 해서 예술과 수학과 과학, 기술, 공학을 함께 배우려는 시도가 늘어나 다행이다.
- 16세기에서 18세기까지 회화와 조각은 대부분 아카데미에서 ..가르쳤다. 그 당시에는 과학 분야들과 다양한 교양과목, 기계학, 순수미술 등을 가르치는 국가기관인 아카데미가 여럿 있었다. - 161.
- 증세부터 화가와 조각가, 수공업자와 건축가를 위해 존재했던 길드guild와 비슷한 조직체 - 161.
오타가 있다!
171쪽 위에서 여섯번째 줄, "16세기와 17세기에 유럽의 걸쳐 학자와 귀족들은.."에서 '17세기에 유럽의 걸쳐'를 '17세기에 걸쳐 유럽의'로 순서가 바뀌게 수정해주세요.
현실문화에서 서포터즈 잉문예술덕후활동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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